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

음악을 중심으로 한 종합 무대 예술이라는 점은 서로 차이가 없습니다.
오페라의 성악가들은 숙련된 벨칸토 발성으로 음향 시스템의 지원 없이 노래합니다. 반면 뮤지컬 가수는 마이크를 활용하여 대중 가수들과 비슷한 창법을 쓴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

오페라와 뮤지컬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장르입니다. 우선 비슷한 점은 둘 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극이며 음악과 무용, 의상과 무대 장치, 연기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종합 공연 예술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극작가, 작곡가, 연출가, 안무가, 가수, 무용수, 의상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이라는 점이 닮았습니다.

뮤지컬이 오페라의 한 부류인 오페레타(‘작은 오페라’라는 뜻으로, ‘희가극’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19세기 후반의 대중적이고 풍자적인 음악극)에서 출발하였다고 말할 정도로 뮤지컬은 오페라의 형식을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17세기(바로크 시기)에 탄생한 오페라가 주로 신화나 고전적인 문학 작품에 바탕을 두며 사용되는 음악도 고전 음악에 근거하고 있다면, 뮤지컬은 현대의 대중적 음악 범주에 속합니다.

뮤지컬은 연극처럼 일반적인 대사를 사용하지만, 오페라는 대사도 음악으로 이루어집니다. 오페라에서 인물이 부르는 노래인 ‘아리아’와 대비되는 요소가 바로 음악적 대사인 ‘레치타티보’입니다. ‘레치타티보’는 리듬과 억양이 있는 말하듯 읊조리는 낭송 방식으로, 오페라의 장면에서 상황을 설명하거나 인물 간 대화를 나눌 때 사용됩니다.

또 다른 큰 차이점은 성악가와 무용수가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오페라에서 성악가는 약간의 제스처를 하기는 하지만 무대 위에서 활동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뮤지컬은 연기자가 노래와 연기를 모두 담당하며 화려하고 역동적인 춤까지 소화합니다. 주인공을 부르는 명칭을 보면 그 강조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가수’이고 뮤지컬은 ‘배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음악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오페라에서는 외양보다는 음악성과 목소리 톤이 중요하며, 간혹 외관상 어울리지 않는 가수가 배역을 맡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한 오페라에서 폐병에 걸려 죽어가는 여주인공 역할을 매우 풍채가 큰 성악가가 연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주옥같은 목소리는 그 어떤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외모를 보고 역할에 몰입이 안 된다며 갸우뚱하는 관객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공연된 한 오페라에서도 여주인공 역할에 적합하다고 정평이 난 전설적인 소프라노가 내한하여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칠순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했는데 역할상 미혼의 공주역이어서 그를 사랑하는 젊은 왕자의 애절한 구애를 받는 장면에서는 마치 이모와 조카 같아서 함께 감상한 학생들은 의아하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오페라는 이처럼 ‘음악 연주’를 ‘감상’하는 데에 더 집중합니다. 고난도의 아리아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면서 아름다운 성악가의 음색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오페라의 매력입니다.

뮤지컬에서 배우는 외양도 중요하며, 노래 실력은 물론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합니다. 뮤지컬 배우는 관객과 호흡하고 관객의 반응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공연합니다. 관객을 향해 노래 부르고, 또 관객이 여기에 박수로 답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은 ‘프리젠테이셔널 극’(Presentational Theatre)입니다. 뮤지컬에서는 ‘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여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며, 박진감 넘치고 화려한 볼거리와 스펙타클한 무대를 선사합니다.

발성과 창법도 다릅니다. 성악 발성을 사용하는 오페라 가수는 오로지 신체의 공명을 통해 소리를 객석에 전달하며, 따라서 풍부한 성량을 필요로 합니다. 뮤지컬 배우는 마이크를 사용하여 스피커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대중적 창법을 사용하는 뮤지컬은 전달력이 강하고 노래의 장르에 제한이 없어서 다양한 분위기 창출이 가능합니다.

이렇듯 성격이 다른 두 장르이기에 같은 이야기를 오페라 버전과 뮤지컬 버전으로 감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