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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도소 신상공개 고대생 사망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 얼굴 사진과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씨가 숨졌습니다.
A 씨는 디지털교도소에 자신이 '지인을 능욕하기 위한 음란물을 공유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자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왔습니다.

‘디지털교도소’는 민간운영자가 해외에 서버를 둔 채 운영하는 웹사이트입니다. 제보받은 강력범죄자의 범행 내용과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고 있다. 디지털교도소는 지난 7월 정씨를 “지인능욕범”이라고 주장하며 정씨의 신상도 공개했다. 지인 능욕이란 음란물에 지인의 사진을 합성해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디지털교도소는 그 증거로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와 반성문 녹음파일을 올렸습니다. ‘정씨가 지인능욕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에게 텔레그램으로 접근해 여자 동기의 사진을 제공하며 음란물 합성을 의뢰했고, 피해자에게 발각되자 반성문을 녹음해 제출했다’는 것이 디지털교도소 측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정씨는 7월 12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글을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정씨는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지만,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지난 8일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 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르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이 있다”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디지털교도소는 정씨가 억울함을 호소한 직후 정씨의 신상을 웹사이트에서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정씨가 범인이 맞는다”며 신상을 다시 웹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정씨의 지인들에게 추가 확인했지만, 음성파일이 정씨의 목소리가 확실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정씨의 학교 동기들은 정씨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실명을 밝힌 정씨의 학교 동기 이모(20)씨는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디지털 교도소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 비방으로 가득차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씨는 ▲디지털교도소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시각에 정씨는 가족과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으며 ▲증거 사진에 정씨의 텔레그램 아이디가 ‘피치라도라’로 적혀있는데, 나(이씨)의 텔레그램에 정씨가 그런 아이디로 나타난적이 한번도 없었다 ▲녹음파일에 피해자는 22살인 여성 동기라고 나오는데, 그런 사람은 1명 뿐이며 과 동기들과 자주 연락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이씨는 “(정씨가) 온갖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7월에 한번 쓰려졌습니다. 그리고 8월 한달 제주도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다 서울로 올라온 다음날인 어제(3일)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씨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 조문실’에는 고려대 동문들이 찾아가 200여개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내려놓고 편하게 가시라” “후배님을 잊지 않겠다”는 위로글이었습니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의 취약한 징벌체계를 보완하는 정의로운 행동이다”는 시각과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으며, 사적제재는 그 자체로 또 다른 범죄”라는 양측의 시각이 존재한다. 15일 기준 147명의 신상이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와있습니다. 이번 정씨 사건과 별개로,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7월 13일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 등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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